디파이 서머는 은행 창구를 한 번도 거치지 않고도 예금과 대출, 이자 수익이 코드 몇 줄로 작동할 수 있다는 걸 시장에 처음 증명해 보인 사건이었습니다. 2017년 ICO 광풍이 가라앉고 이더리움의 스마트 컨트랙트가 무르익은 뒤인 2020년, 가상자산 시장은 단순한 가격 베팅을 넘어 하나의 병렬 금융 시스템으로 도약했습니다.
저는 그 시기 초기 디파이 프로토콜의 유동성 풀에 깊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화면에 찍히는 세 자릿수 연이율에 눈이 멀어 자산 대부분을 고위험 농장 하나에 몰아넣었고, 보상 토큰의 가격이 무너지던 며칠 사이 그동안 쌓아온 것 대부분을 잃었습니다. 그때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은 하나였습니다. “코드가 신뢰를 대신한다는 말에, 나는 왜 그 신뢰의 대가를 따져보지 않았을까.”
이번 4부에서는 디파이 서머가 만든 구조와, 같은 시기 NFT가 소유권의 개념을 어떻게 바꿔놓았는지, 그리고 그 열기가 어디서 무너졌는지를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NFT를 사면 그림의 저작권까지 내 것이 되는지는 NFT 저작권 — 사면 내 것이 될까에서 따로 다뤘습니다.

디파이 서머는 어떻게 시작됐나
2020년 이전까지 암호화폐 거래 대부분은 바이낸스나 업비트 같은 중앙화 거래소의 내부 데이터베이스 안에서 이루어졌습니다. 반면 컴파운드(Compound), 유니스왑(Uniswap), 아베(Aave) 같은 프로토콜은 중앙의 관리자 없이도 스마트 컨트랙트만으로 자산 대출과 교환을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흐름에 불을 붙인 결정적 사건은 컴파운드가 2020년 6월 배포한 거버넌스 토큰 COMP였습니다. 예치하거나 빌리기만 해도 프로토콜의 의결권이 담긴 토큰을 나눠주는 ‘유동성 채굴’ 모델이 공개되자, 불과 며칠 사이 자본이 이 새로운 시스템으로 쏟아져 들어오며 디파이 서머의 신호탄이 됐습니다.
유니스왑이 대중화한 자동 마켓 메이커(AMM) 방식도 이 흐름을 가속했습니다. 매수·매도 호가가 일치해야 체결되는 전통적 방식 대신, “x × y = k”라는 단순한 수식으로 작동하는 유동성 풀에 자산 두 종류를 예치하기만 하면 즉시 거래가 성립됐습니다. 이 유동성을 공급한 대가로 수수료와 보상 토큰을 함께 받는 구조가 연율 수백~수천 %짜리 농사로 포장되며 이더리움 생태계 전체로 자금이 몰려들었습니다.
당시는 코로나19 대응으로 전 세계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0%대까지 낮춘 초저금리 국면이기도 했습니다. 은행 예금 이자로는 만족할 수 없던 자금이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을 좇아 디파이 시장으로 흘러들었고, 디파이 서머 이전까지 10억 달러에도 못 미치던 전체 예치자산(TVL)은 불과 몇 달 만에 100억 달러를 훌쩍 넘어섰습니다. 저금리라는 거시 환경과 신기술에 대한 호기심이 정확히 같은 방향으로 맞물린 결과였습니다.
당시의 대출·예치 구조를 오늘의 이용 판단과 연결하려면 담보대출에서 청산 조건을 읽는 방법에서 중앙화 서비스와 프로토콜의 차이를 비교할 수 있습니다.
NFT는 왜 소유권의 정의를 바꿨다고 평가받나
디파이가 금융의 탈중앙화를 밀어붙였다면, 2021년 시장을 강타한 NFT(Non-Fungible Token)는 디지털 콘텐츠 소유권 개념 자체를 새로 썼습니다. ERC-721 표준을 따르는 NFT는 디지털 자산 하나하나에 고유한 토큰 ID를 부여하고, 그 소유권 이력을 블록체인 위에 영구히 남깁니다. 이전까지는 무한 복제가 가능했던 인터넷 이미지에 ‘원본’이라는 개념을 부여한 셈입니다. 세계적인 경매사 크리스티에서 비플(Beeple)의 디지털 작품이 6,900만 달러에 낙찰된 사건은 미술계와 금융계를 동시에 뒤흔들었습니다.
이후 NFT는 크립토펑크(CryptoPunks)와 Bored Ape Yacht Club(BAYC) 같은 PFP 프로젝트로 확장되며 커뮤니티와 부의 상징이 됐고, ‘게임을 하며 돈을 버는’ P2E 모델의 대표주자 엑시 인피니티(Axie Infinity)가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사용자를 모으며 코인의 역사는 금융을 넘어 문화와 엔터테인먼트 영역까지 넓어졌습니다.
디파이 서머와 NFT/Web3 주요 특징 비교
| 구분 | 디파이 서머(DeFi Summer) | NFT & Web3 붐 |
|---|---|---|
| 핵심 기술 | AMM, 스마트 컨트랙트, ERC-20 | 고유 토큰 ID, ERC-721 / ERC-1155 |
| 주요 서비스 | 탈중앙화 대출, 자산 스왑, 유동성 풀 예치 | 디지털 아트, PFP 커뮤니티, P2E 게임 |
| 보상 메커니즘 | 거래 수수료 분배 및 거버넌스 토큰 지급 | 희소성에 따른 로열티 및 P2E 토큰 보상 |
| 대표 프로젝트 | 유니스왑, 컴파운드, 아베, 메이커다오 | BAYC, 크립토펑크, OpenSea, 엑시 인피니티 |
| 핵심 위험 요소 | 스마트 컨트랙트 해킹, 비영구적 손실, 강제 청산 | 유동성 고갈, 거품 붕괴, 저작권 및 스캠 |

그때의 열기를 기준으로 지금을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지금의 NFT 투자 리스크는 별도로 정리했습니다.
화려함 뒤의 그림자: 무너진 이유들
디파이 프로토콜이 제시한 비현실적 연이율은 대부분 신규 참여자의 예치금이나 무제한 발행 토큰으로 채워지는 구조였기에 영원할 수 없었습니다. 보상 토큰의 유통량이 늘어날수록 가격은 떨어지고, 결국 이자 수익보다 토큰 가치 하락에 따른 손실이 더 커지는 경우가 흔했습니다. 유동성 풀에 예치한 두 자산의 가격 비율이 크게 벌어지면 단순 보유보다 평가액이 줄어드는 ‘비영구적 손실(Impermanent Loss)’도 발생했고, 여기에 고배율 레버리지가 더해지면 시세가 조금만 흔들려도 스마트 컨트랙트가 자동으로 자산을 청산했습니다.
이 구조적 위험은 2022년 5월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 테라(UST)와 자매 코인 루나(LUNA)가 단 며칠 만에 사실상 0원에 수렴하며 시장 전체에서 약 60조 원 규모의 자본이 증발한 사건으로 현실이 됐습니다. NFT 시장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OpenSea의 월간 거래액은 2022년 1월 약 50억 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유동성이 마르면서 이듬해에는 고점 대비 수십분의 1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화려한 숫자 뒤에 실제 거래가 살아있는지를 함께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테라-루나 사태 이후 각국 규제 당국의 시선도 크게 달라졌습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일부 디파이·NFT 프로젝트를 상대로 미등록 증권 판매 여부를 조사하기 시작했고, 유럽연합은 가상자산 시장 전반을 아우르는 MiCA 규정을 통해 스테이블코인과 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감독 체계를 정비했습니다. 규제가 촘촘해질수록 아무 검증 없이 고이율만 보고 뛰어드는 방식은 점점 더 위험해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지금 다시 이 생태계에 들어간다면
- ☐ 관심 있는 디파이 프로토콜을 DefiLlama에서 검색해, TVL(예치 자산 규모)이 최근 늘고 있는지 줄고 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 ☐ 제시된 연이율(APY)이 실제 거래 수수료에서 나오는지, 신규 토큰 발행으로만 채워지는지 프로토콜 문서에서 확인합니다.
- ☐ NFT라면 OpenSea에서 최근 거래량과 보유자 수 변화를 함께 살펴, 가격만이 아니라 실거래가 살아있는지 봅니다.
- ☐ 지갑을 연결했던 서비스의 스마트 컨트랙트 승인 내역을 Etherscan에서 점검하고, 더 이상 쓰지 않는 승인은 해제(Revoke)합니다.
- ☐ 새 프로토콜은 소액으로 먼저 테스트하고, 감사(Audit) 이력이 없는 곳에는 큰 자산을 예치하지 않습니다.
지갑 보안 전반을 더 점검하고 싶다면 가상자산 보안 가이드라인을 함께 확인하시고, 코인의 역사 다음 편인 코인의 역사 6부: 느린 체인을 빠르게 만든 두 가지 해법에서 그 이후 이더리움 생태계가 확장성 문제를 어떻게 풀어갔는지도 이어서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1. 디파이 서머 당시 TVL(Total Value Locked)이란 무엇이고 왜 중요했나요?
A1. TVL은 특정 디파이 프로토콜에 예치된 총자산 규모입니다. TVL이 높을수록 유동성이 풍부하고 사용자 신뢰도가 높다는 신호로 해석되지만, 신규 발행 토큰으로 부풀려진 수치일 수도 있으므로 구성 내역까지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Q2. 디파이 이용 중 해킹이나 오류가 발생하면 보상받을 수 있나요?
A2. 탈중앙화 시스템은 중앙화 거래소나 은행과 달리 별도의 보증 주체가 없습니다. 스마트 컨트랙트 취약점으로 인한 손실은 구제받기 매우 어려우므로, 오랜 기간 검증되고 보안 감사를 마친 프로토콜만 이용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Q3. NFT 투자에서 가장 유의해야 할 위험은 무엇인가요?
A3. 환금성(유동성)이 극히 낮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시세와 무관하게 자금이 오랫동안 묶일 수 있고, 프로젝트팀이 갑자기 손을 떼는 ‘러그풀’ 위험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Q4. 2022년 테라-루나 사태는 디파이 서머와 어떤 관련이 있나요?
A4. 테라의 대출 프로토콜 앵커(Anchor)는 디파이 서머 시기에 확산된 ‘고정 고이율 예치’ 모델을 극단적으로 확장한 사례였습니다. 신규 자금 유입이 멈추자 앵커의 이자 지급 구조가 무너졌고, 이는 UST의 디페깅과 루나의 초인플레이션으로 이어졌습니다.
Q5. 컴파운드의 유동성 채굴 모델은 정확히 어떻게 작동했나요?
A5. 이용자가 컴파운드에 자산을 예치하거나 빌리기만 해도 거버넌스 토큰(COMP)을 보상으로 지급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 토큰이 거래소에서 매매되며 가격이 매겨지자, 이자 수익에 토큰 시세 차익까지 더해진 것처럼 보이는 효과가 자금을 빠르게 끌어모았습니다.
Q6. NFT 거래량이 크게 줄어든 지금도 이 생태계는 의미가 있나요?
A6. 투기적 거래량은 크게 줄었지만, 디지털 자산의 소유권을 블록체인에 기록한다는 개념 자체는 게임 아이템, 멤버십, 티켓팅 같은 실용적 영역으로 계속 확장되고 있습니다. 가격보다 실제 활용 사례가 있는 프로젝트인지를 보는 관점이 지금은 더 중요합니다.
Q7. 지금 디파이 서머 같은 고수익 구조를 다시 만난다면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요?
A7. 연이율의 출처를 먼저 확인하는 습관이 가장 중요합니다. 실제 거래 수수료가 아니라 신규 토큰 발행만으로 채워지는 이율이라면, 그 숫자는 언젠가 꺼질 풍선이라고 보고 투입 규모를 제한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디파이 서머의 유산은 지금도 작동하고 있다
디파이 서머가 만든 유동성 풀과 자동 청산 구조, NFT가 증명한 온체인 소유권 개념은 2022년의 붕괴로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기본기 위에서 국채나 부동산 같은 실물 자산을 토큰화하는 RWA(Real-World Asset) 흐름과, 기관 투자자가 직접 참여하는 온체인 대출 시장이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화려한 연이율로 사람을 끌어모으던 초창기와 달리, 지금은 실제 현금흐름과 규제 준수 여부를 먼저 따지는 쪽으로 시장의 기준이 옮겨가는 중입니다. 검증되지 않은 프로토콜에 자산 대부분을 밀어 넣었던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새로운 서비스를 접할 때마다 ‘이 수익은 어디서 나오는가’라는 질문을 습관처럼 던지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결국 그 시기는 끝난 유행이 아니라, 시장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했던 값비싼 성장통이었던 셈입니다.
화려함 뒤를 묻는 습관
디파이 서머와 NFT 붐은 코드 몇 줄이 은행과 미술 시장의 규칙을 동시에 흔들어놓은 순간이었습니다. 동시에 그 열기 뒤에는 늘 폰지노믹스와 비영구적 손실 같은 구조적 위험이 함께 따라다녔다는 것도 코인의 역사 4부가 남기는 교훈입니다. 화려한 연이율을 볼 때마다 그 돈이 실제로 어디서 나오는지 한 번 더 물어보는 습관이, 이 시기의 역사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실용적인 유산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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